국내에서도 ‘의료AI’를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가천대 길병원이 국내 의료기관 중 처음으로 암 환자 치료에 IBM의
인공지능(AI) 컴퓨터 ‘왓슨(Watson)’을 적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길병원은 이번 주 국내 최초로 IBM 왓슨을 공식 도입해 암환자 진단 및 치료 보조 수단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미국 뉴욕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 엠디앤더슨 암센터 등 유수 의료기관에서는 이미 왓슨을 이용해 암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IBM 왓슨은 암 환자 별 최적의 치료법을 제안한다. 의사가 인터넷을 통해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프로그램에 접속한 후 환자 정보를 입력하면, 사전에 학습한 방대한 양의 의료 서적과 논문, 진료 기록을 등을 분석 및 추론한
결과를 토대로 치료 옵션을 찾아 리포트 형태로 제공한다. 의사는 이를 의사 결정에 참고한다.
왓슨은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세터에서 전문의 진단 및 치료 과정과, 290개 의학저널, 200개 의학교과서, 1200만페이지의
텍스트를 학습했다. 사람이 단시간에 분석하기 어려운 방대한 근거를 기반으로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전문의의 최종 ‘게이트 키핑(gate
keeping)’ 절차를 거치면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왓슨 정확도는 전문의 판단과 90% 이상 일치한다. 2014년
미국종양학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의 연구 결과 왓슨의 진단 일치율은 대장암 98%, 직장암 96%, 방광암
91%, 췌장암 94%, 신장암 91%, 난소암 95%, 자궁경부암 100%에 달했다. 엠디앤더슨 암센터가 연구한 백혈병의 경우 일치율이 83%
이상이었다. 전문의 만큼 진단 정확도가 뛰어난 왓슨이 국내 의료현장에서 본격 활용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실제 본지가 지난 7월 전국 의과대학 교수 100명을 대상으로 왓슨과 같은 의료AI 의 등장이 의료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문가들은 진료과목 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자의 44%는 진단과 밀접한 영향이 있는 영상의학과가 가장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병리·진단검사의학과도 37%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수술이 필요한 외과계의 경우 오히려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의사 역할과 진료 방식도 바뀔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길병원 A교수는 “외운 지식으로 환자를 치료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관측했다.
삼성서울병원 B교수는 “지식을 통합하고 직관적으로 적용하는 능력, 환자와 공감하는 능력, 배려 깊게 의료서비스를 전달하는 능력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아산병원 C교수는 “단순 작업들이 인공지능에 기반한 기계로 대체되면 연구와 개발이 보다 더 중요한 의사의
역할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학 교육의 혁신도 예고된다. 서울대학교병원 D교수는 “AI를 진료에 잘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쪽으로 의학 교육이 바뀔 것”이라고
전했다.
아주대학교병원 F교수도 “최신 의학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교육 환경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의료지식을 활용해 다양한 분야로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에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가 실제 환자 진료에 적용된 사례는 아직 없다. 의료기기로 분류해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 적정 의료서비스 가격과 안전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길병원은 오는 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IBM 왓슨 도입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길병원 관계자는
“IBM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왓슨을 암 환자 치료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을 상세하게 소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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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 감사합니다.^^